디자이너는 정체성이다.

“저는 디자이너예요.”
이 말은 단순히 직업을 소개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회사에서 주어지는 직책보다 훨씬 더 깊고 원초적인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을 단순한 직업(job)이 아니라, 정체성(identity)이라고 항상 이야기 합니다.

스위치를 끄고 난 뒤

일반적인 직업이라면 퇴근과 동시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어떤가요?

길을 걷다가 간판의 레터링에 시선이 멈추고, 카페에서 메뉴판을 펼치면 타이포그래피를 분석하게 됩니다. 심지어 앱을 사용할 때도 UI의 동선을 무의식적으로 검토합니다. 전광판에 유려한 모션그래픽이 펼쳐지면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더 궁금해지죠.

디자인 감각은 근무 시간에만 켜졌다 꺼지는 스위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 전반에 배어 있는 태도에 가깝죠.

예쁜걸 만드는 사람?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생긴지도 어느덧 100년이 넘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수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기능’을 담은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죠.

하지만 현대의 어떤이들은 아직도 ‘예쁘게’ 라는 피상적인 단어로 디자인의 영역을 축소하여 보곤 합니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는 문제를 다방면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입니다.

결국 디자인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니즈를 읽고 이를 해석하는 관점을 드러내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선택이 만드는 정체성

폰트 하나, 색상 하나, 여백 하나.
실무현장에서 디자인을 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선택’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의 집합이 결국 디자이너라는 사람을 정의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한다는 건 단순한 즉흥적인 창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죠.

‘업’으로써의 디자인

‘직(職)’으로서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포지션이 달라지거나, 프리랜서가 되거나, 잠시 일을 쉬게 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업(業)’으로서의 디자이너의 삶과 본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직장을 옮겨도, 개인 브랜드를 시작해도,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디자인적 시선이 남아 있죠.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 삶의 정체성이 되는 지점입니다.

디자인은 단순한 스킬셋이나 주어진 업무가 아니라 삶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는 세상을 해석하는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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