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I 캄브리아기”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끝없이 새로운 모델들이 태어나고,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죠. 변화의 속도가 전례 없이 거세다 보니, 우리 삶 역시 휘청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누가 명확한 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네요.
거창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비주얼을 다루는 디자이너·아티스트 분들에게 제가 최근 현업 리더십 앞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공유드리고 싶습니다.
생산성과 ‘신뢰’의 영역은 구분된다
AI 활용은 단순히 생산성(Production) 향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품질(Quality) 을 확보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와우 포인트(Wow-point) — 즉 감정적 울림까지 터치해야만, 비로소 시장에서 ‘신뢰(Trust)’가 형성됩니다.
지금은 클릭 한 번으로 영상이 생성되는 시대입니다. 소라(Sora)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죠. 덕분에 영상 콘텐츠는 어느새 ‘유희’에 가까운 소비재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언컨대, 고급문화(high culture) 시장은 오히려 이런 인스턴트식 콘텐츠와 선을 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서 시장의 눈높이를 통과하고, 신뢰가 구축된다.
AI의 ‘향기’를 최소화 하자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나 문화가 AI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죠) 다만 AI의 ‘향기’를 최소화하고, 인간의 개입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콘텐츠가 신뢰를 얻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실물 촬영을 기반으로 AI를 부분적으로 보완한다거나, 주요 컷은 여전히 수작업 편집으로 마무리하여 씬간의 맥락을 조율하거나 하는 방식이죠. 이런 영역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직업적, 미학적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을 신뢰하라
또한 현업에서 자주 들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를 대체하여 다른 직군의 전문가들이 AI로 컨텐츠를 만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I를 다루는 것 자체도 미학적·직업적 훈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비전문가가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보다, 이미 미적 감각과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AI를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그게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윈-윈’이 되는 길입니다. (한명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합니다.)
위기이자 기회
AI는 위협이자 기회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인간의 개입이 느껴지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만약 디자이너가 AI와 손발을 맞추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단순 대체의 시대가 아니라 변화의 주역으로서 확장과 차별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