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맛이 미학이 되는 순간 : 메탈릭 코어
미감천재 민희진 디렉터의 또다른 도전 – ooak records

미감천재 민희진 디렉터의 또다른 도전 – ooak records

민희진 디렉터를 알게 된 순간들

저는 f(x)를 꽤 좋아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꽤 난해했던 가사와 음악도 물론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도 좋았던 것은 유니크하고 감각적인 브랜딩과 뮤직비디오 비주얼이었어요.

특히 4 Walls와 Pink Tape 앨범을 처음 봤을 때,
하나의 취향을 이렇게까지 완성된 비주얼로 확장시킬 수 있구나라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트렌디하고, 다시 각광 받을만한 컷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됐죠. 그 f(x)의 비주얼 디렉팅을 했던 사람이 민희진 디렉터였다는 걸요. 저는 아마 그때 처음으로 ‘민희진’이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ooakrecords

그러다 요즘, 민희진 디렉터가 oook records라는 기획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곧 인스타그램 계정에 AI를 활용한 콘텐츠 23개를 한 번에 업로드했다는 글도 보게 되었죠. 온라인은 ‘민희진 디렉터의 미감’ 이야기로 왁자지껄해 졌습니다.

저도 별다른 설명 없이 무드 이미지들만 올라오는 그 계정을 타고 들어갔다가, 그냥… 팔로우를 눌러버렸습니다. 이미 6.7만명이 팔로우 하고 있었습니다.(제 인스타는 아직 1000명을 넘지 못했네요…)

이상하게도 f(x)를 보던 때, 그리고 뉴진스의 첫 뮤직비디오를 봤을때의 감정이랑 닮아 있습니다. 뭔가를 ‘공식 발표’로 이해하기 전에, 먼저 공기부터 맡게 만드는 방식. 민희진 디렉터는 늘 이런 방식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죠.

민희진 디렉터가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이유도, 저는 결국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드는 사람은 많고, 끝까지 미는 사람은 적다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감각 있고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말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습니다.(이 영역까지만 하는 비주얼 전문가더라도 꽤 높은 스킬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고, 조직 안에서 통과시키고, 현실적인 제약을 견디면서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비주얼이 다른 사업적 가치들이나 우선순위를 제치고 먼저 선택되기는 굉장히 힘들거든요.

민희진 디렉터를 떠올리면 저는 늘 이 부분이 먼저 떠오릅니다. 콘셉트를 제안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콘셉트를 시스템 안으로 밀어 넣어서 결국 결과물로 ‘나오게’ 만드는 힘.

이건 순수한 디자인 감각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기획, 일정, 예산, 사람, 조직. 디자이너가 보통 피하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오히려 자기 편으로 만드는 추진력. (솔직히 말하면, 디자이너가 제일 부러워하는 능력 중 하나죠.)


뉴진스, 결과물이 아니라 실행력의 증명

뉴진스를 둘러싼 논란과 이슈들은 아직도 오르내리고 있어서,
여기서는 그 법적 책임이나 맥락은 잠시 접어두고 싶습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뉴진스는 하나의 그룹이라기보다 민희진 디렉터의 실행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설명 없는 데뷔,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비주얼, 10대 멤버들의 청량함을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브랜딩 했던 능숙한 경험.

이건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단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만든 건 디자이너로서는 드물게 갖기 힘든 사업적인 판단력과 추진력이었겠죠.


ooak records, AI로 감각을 다루는 또 다른 방식

ooak records가 흥미로운 이유는 아직 아무것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놀라운 점은, 이미 무드에 대해서 모두가 다 이해해 버렸다는 사실이죠.

출처 OOAK Records

어딘가 레트로하면서도 익숙한 레코드 숍이라는 설정, 저녁 느즈막히 켜지는 네온사인, 손으로 삐뚤빼뚤 적어내려간 글과 이미지, 도시의 질감만 남긴 영상들.

특히 인상적인 건 AI 이미지를 숨기지 않고 전면에 사용하는 태도였습니다.
도구로서의 AI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미학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선택. 또한 그 맥락을 만드는 과정과 시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죠.

사실 AI 미학 이미지들을 보면 비슷한 레퍼런스는 꽤 있습니다. 실제로 제작하는게 어렵지도 않죠. 하지만 이 비주얼들을 보며 우리가 환호하는 이유는, 민희진 디렉터가 ‘우리는 이런 감각으로 일하겠다’ 라는 선언처럼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지금처럼, 앞으로도 논란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논란 자체가 ooak records가 지금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디자이너의 노동’이란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노동이 AI라는 도구를 만나면 어떤 모양으로 바뀌는지. 사람들이 결국 그 질문을 하고 있으니까요.


현실을 만드는 디자이너

민희진 디렉터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그가 언제나 옳아서도, 항상 정답을 내놓아서도 아닙니다.

디자이너로서 자기 감각을 믿고, 그 감각을 현실까지 끌고 오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늘 하나의 화제가 된다는 점.

ooak records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사람은 또 한 번 자기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지 않을까요.


https://brunch.co.kr/@kalsenlim/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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