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I/UX 업계는 인공지능(AI) 도구의 도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닐슨 노먼 그룹(NN/g)의 보고서 “UX Reckoning: Prepare for 2025 and Beyond”를 참고하여, AI 열풍 이후 UX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조망하고자 합니다. 또한 필자의 현업 경험과 한국 취업 시장의 현실을 더해, 실무자의 관점에서 AI 시대에 요구되는 디자이너의 역량과 태도를 논해 보겠습니다.
거품을 넘어 역할의 변화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UX 채용 공고는 2021년 대비 약 30%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시장의 현실과 부딪힌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AI 도구는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사람이 반드시 개입하여 결과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또한 여러 기업에서 UX 조직을 ‘Product Design’ 또는 ‘Experience Design’(필자의 조직에서도 같은 Job Title을 사용)처럼 다른 명칭으로 재정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팀’이라는 오해를 극복하고, 비즈니스 전략과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는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AI를 바라보는 균형감각
AI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신속하게 시안을 제시하고 색상 팔레트를 추천하는 등 유용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초안에 불과하며, 사용자 맥락을 이해하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AI를 ‘도움이 되는 동료’로 바라보고, 출력물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개선하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보고서에서 강조한 유연성과 공감 능력도 핵심적입니다. 현업에서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개발자, 기획자, 경영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해야 합니다. 이때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목표를 동시에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UI/UX 디자이너의 핵심 역할임을 체감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얕은 UX를 만든다.
최근 템플릿 기반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위 ‘얕은 UX’가 양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자동화가 기본 레이아웃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미적 판단력이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 피그마와 같은 프로토타이핑 툴이나 AI의 발전이, UI/UX 디자인의 상대적 허들을 낮추면서 누구나 화면을 그려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가 오히려 직관적이지 않은 UX를 양산하고 지나치게 시스템 의존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경우 또한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UI 설계에서는 반복적인 사용에서 오는 피로도를 고려해 구조적 설계를 세심히 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유저 테스트 뿐만 아니라 직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적 판단등이 유기적으로 이터레이션 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에서 완성 될 수 있습니다.
닐슨 노먼의 다른 칼럼에 인용된 내용에 따르면, 기술적 역량이 곧 창의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LinkedIn의 오이신 허스트는 “AI와 창의성의 관계는 전자레인지와 요리의 관계와 같다” 라고 비유했습니다. 요리에 서툴다면 전자렌지로 얼마든지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셰프가 직접 만든 요리만큼 뛰어나진 않겠죠. 전자렌지의 시간이나 출력을 조정 할 수 있지만 그 이상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것은 결국 셰프의 실력에 달려있습니다.
“AI is to creativity what microwaves are to cooking.”
Oisin Hurst on LinkedIn
한국의 취업시장은 어떨까?
한국 내 UI/UX 관련 채용 공고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특히 스타트업과 IT 기업에서 UI/UX 중심의 웹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초봉은 3,000만~6,000만 원대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공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프론트엔드 개발 지식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각 디자인 역량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장 환경입니다.
국내 웹디자이너 연봉 (2025년 기준 예상, 실수령액 포함)
경력 단계 | 주요 역할 | 예상 연봉 |
---|---|---|
신입 웹디자이너 (0~3년 차) | 웹사이트 디자인, 배너 제작, 기본적인 UI 설계 | 3,000만~5,000만 원 |
경력 웹디자이너 (3~7년 차) | 반응형 웹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 리드 | 5,000만~8,000만 원 |
UI·UX 디자이너 (전문가급) | 사용자 경험(UX) 및 인터페이스(UI) 설계 | 7,000만~1억 원 |
프론트엔드 개발자 겸 웹디자이너 | HTML/CSS, JavaScript 활용 가능 | 8,000만~1억 5,000만 원 |
아트디렉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브랜드 전략, 디자인 총괄 | 1억~2억 원 이상 |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합니다.
- 전략적 사고: 조직의 비전과 사용자 요구를 연결하여, 디자인이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능력.
- 기술 융합 능력: HTML/CSS, JavaScript 등 기본적인 프론트엔드 기술을 이해하고 개발자와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역량.
- 문화적 감수성: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되, 한국 사용자와 특정 커뮤니티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하는 능력.
앞으로 UI·UX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1. AI 도구는 초안을 위한 툴로써 활용
AI 기반 도구를 사용하여 여러 시안을 빠르게 제작하되, 그 결과물에 대한 분석과 해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필자는 ChatGPT나 Gemini를 활용해 디자인 개념이나 리서치 초안을 도출한 뒤, 반드시 왜 특정 결과가 나왔는지, 실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이해하고 개념을 교정합니다. 이를 통해 AI의 장점과 한계를 파악하고, 결과물에 창의적인 변주를 더할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펑션과의 협업 역량 강화
디자인 업무는 기술적·경영적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비즈니스 목표와 사용자 요구를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시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게임 산업에서는 UI가 플레이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게임 기획자와 엔지니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설계합니다.
3. 데이터에 근거한 맞춤화
성공적인 디자인은 객관적 지표를 반영합니다. 글로벌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 사용자들의 선호와 행태를 데이터로 분석하여 디자인을 맞춤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극도로 미니멀한 UI가 유행할 수 있지만, 국내 사용자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4. 지속적인 학습과 커뮤니티 참여
UX 관련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최신 트렌드와 경험을 공유하거나, 후배 디자이너를 멘토링하는 과정도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다른 전문가들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접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고,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맺으며
AI 시대의 UI/UX 디자이너는 AI를 도구로 삼아 효율을 높이면서도, 인간 중심의 통찰과 전략적 사고를 결합해야 합니다. 닐슨 노먼 보고서가 지적한 바와 같이, AI가 제안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역량과 더불어 기술 융합 능력, 문화적 감수성, 데이터 분석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꾸준한 학습과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발전시킨다면 AI 시대에도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