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2년전 UI/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현재는 게임 업계에서 아트 디렉터 겸 Experience Designer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2020년 2월 시작된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회사는 하나둘 재택근무제를 도입하였고,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도 넓혀놓았습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릿해졌고,
좁은 방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은 그 흐릿한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무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공허한 단절감을 조금이라도 채우고자,
책상 위 환경을 조금 더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보려 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묘하더군요. 책상과 의자를 바꾸고, 조명을 바꾸고, 소품들을 새롭게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배치’가 아니라 ‘구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책상 위에 있어야 할까? 그건 왜 거기에 있어야 하지? 왜 이 제품들은 기능은 괜찮은데 정작 내가 만족하는 디자인은 없을까?
그 질문들이 쌓이면서 인터넷 마켓과 정보들을 열심히 서치하던 저는 하나의 키워드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데스크 셋업’이라는 문화였습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발전한 이 취향의 장르는, 단순히 맵시있는 소품 몇가지를 책상위에 배치함으로써 만족하는 수준이 아닌, 하나의 디자인 문법과 레이아웃 원칙을 통해 서재를 인테리어하는 공간 디자인 문화었죠.

너무나 매력있는 제품 라인업과 스토리텔링이었고, 금새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볼수록 이상했습니다. 국내에는, 이 문화를 뒷받침할 만한 ‘제품’이 정말 없었습니다.
- 그로브 메이드를 카피한 원목 제품은 국내에 있었으나, 비싸고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드센츄리 모던 취향에 원목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당장 필자만 하더라도, HPL(High Pressure Laminate) 상판의 화이트 책상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이런 필름 압착 형태의 흰색, 검은색 책상을 사용합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감각적이고 정제된 모니터 선반과 악세사리는 왜 이렇게 드물까?’
그 의문은 단지 소비자로서의 불만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목마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꽤 오랜기간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는
시각적 완성도에서 오는 경험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죠.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각 경험’이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이 구조 안에서 불평만 하기보단, 차라리 나 스스로 한 번 만들어보자.
단 한 사람의 취향에서 출발했지만, 분명히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결핍에 반응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같은 학부를 졸업한 산업디자인과 출신의 마케터였던 와이프와 브랜드를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그게 바로, 브랜드 1OFF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원오프의 첫번째 프로젝트가 Fog White 모니터 선반이었습니다.


아스텔 아크릴 상판과 압출 금형으로 제작한 알루미늄 다리와 선반을 결합하여 굉장히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구축하였다.
원오프의 자세한 브랜드 탄생과정에 대해서는 이후에 더 재미있는 스토리로 본격적으로 연재를 해보겠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가 왜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나눠보겠습니다.
도전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자주 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