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다.

Ep.4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다. Ep.4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다.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란?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 GD)는 1985년부터 시작된 국내 대표적인 디자인 인증 제도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운영되며, 산업 전반의 제품·서비스 디자인을 대상으로 심사와 인증을 진행합니다.

심사 기준은 사용자 가치, 심미성, 기능성, 환경성, 경제성 등 다방면에 걸쳐 종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사회적 기여도까지 포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심사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 1차 서류 심사: 제품의 개요, 디자인 의도, 차별성 등을 서류로 평가
  • 2차 실물 심사: 실제 제품을 현장에 전시해 심사위원이 직접 평가
  • 3차 최종 심사: 우수 디자인 중에서 최종 수상작을 가리는 단계

참가비는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에 비해서는 비교적 현실적입니다.

  • 1차 참가비: 20만 원
  • 2차 실물 심사 참가비: 55만 원
  • 최종 수상 시, 추가 전시 및 인증 비용이 발생

국제 어워드 대비 접근성과 비용 부담이 훨씬 낮기 때문에, 브랜드 초기 단계에서도 도전하기 적합한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전날의 준비

저희는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 2차 스크리닝비 100만원을 수수료로 날리면서 나름 독기가 올라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에는 꼭 선정되자고 다짐하며, 실물 심사 준비를 했습니다. 실물 심사는 심사위원과 직접 만나는 방식은 아니었기에, 제품 DP에 메시지를 잘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선반의 의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저는 모니터 선반만 DP해서는 심사위원들이 이 제품의 사용 형태와 의도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고, 전시용으로 중고 구입해두었던 아이맥을 Fog White 위에 올려, 실제 사용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아이맥을 비롯한 애플제품을 페어링하여 제품 홍보 이미지를 자주 제작하는데, 그 이유는 애플 제품이 가진 알루미늄 소재와 유리, 혹은 아크릴이라는 재질이,
원오프 모니터선반과 너무나도 잘 조화되는 오브제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의 모니터 선반과 2010년식 구형 아이맥을 꼼꼼히 포장한 뒤 차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현장으로 가져가 잘 설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AT센터의 현장

다음날 오후, 사무실인 동탄에서 양재 AT센터로 출발했습니다.
출근, 퇴근시간을 피해 오후 3시쯤 이동하다보니, 생각보다 도로가 한산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은 아주 넓은 창고형 전시 공간이었고, 수많은 DP용 테이블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참가자 등록 부스에서 목걸이를 수령하고 들어가니, 아직 많은 참가자들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덕분에 여유롭게 설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Ep.4 한국 굿디자인 어워드,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다.
2025 굿 디자인 어워드 참가자 명패

설치의 순간

와이프와 저는 이미 수많은 저희 제품을 포장·조립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설치 과정은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완성된 선반을 책상위에 올려두자, 제품의 비례와 표면 질감이 공간 속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설치를 마친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관계자들의 시선이 잠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분탓이겠지만…) 제품이 가진 긴장감과 미니멀한 조형미가 낯선 공간 속에서 분명 눈길을 끄는 것 같았습니다.

설치를 마친 뒤 다른 참가자들의 작품을 훑어보았고, 가구, 생활용품, 조명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창의적인 제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짧지만 서로의 노력이 교차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우리는 곧바로 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긴장했던 마음과 달리, 과정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결과 발표

2차 스크리닝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짧게 흘러갔습니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사이, 어느새 다음 주로 예정된 ‘우수 디자인 선정작 발표일’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그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발표 하루 전, 일정이 하루 늦춰진다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잠시 김이 빠지는 기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하루 더 차분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가짐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발표 당일. 홈페이지 공지와 함께 공개된 엑셀 시트에는 수많은 작품들의 결과가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선정’, ‘탈락’, ‘수상’이라는 다양한 결과 속에서 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Fog White 모니터 선반’의 이름을 찾게 되었고, 다행히도 우리의 제품은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지난 시간 동안의 노력과 과정이 스쳐 지나가며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비록 최종 수상작을 가리는 3차 무대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결과에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애초에 이번 도전의 목적은 단순히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로서 공식적인 디자인 인증을 획득하는 것” 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수 디자인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만약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했다면 시상식 참석이나 발표, 추가 전시 준비 등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직 브랜드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초기 단계에서 이번 수준의 성과는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오히려 이번 경험이 앞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차후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리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시각적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도전

이번 경험은 단순히 공모전의 참가와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제가 Visual Experience Designer이자 Art Director로서 걸어가고 싶은 방향을 다시금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 때는 팀과 조직의 협업 안에서 구조와 표현을 조율하며,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시각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제 브랜드에서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디자인이 곧 제 이름과 연결되고, 결과물이 곧 브랜드의 철학을 대변하기 때문에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Fog White 모니터 선반’은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브랜드를 통해 저는 시각적 경험을 매개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제품이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사용자에게 영감과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가장 큰 보람이자 퇴근 후에도 노트북을 끼고 다니는 이유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쌓아온 디자인 역량을 토대로, 단순히 기계적이고 표현적인 결과물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데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보이지 않는 구조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 경험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저의 여정은 하나의 직업적 역할이나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프로덕트를 넘어, 브랜드를 통해, 그리고 시각적 경험이라는 언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이번 성과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디자인이 가진 가능성을 삶과 연결시키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엔 원오프를 통한 나만의 브랜드 이야기 외에도,
디자이너로서의 브랜딩, UI/UX에 대한 심도있고 영양가 있는 아티클, AI를 활용한 다양한 아트 실험 등을 구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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