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임 UI와 비주얼 경험을 설계하는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실무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순전히 만들고 부딪히며 본격적인 AI 이미지와 영상 제작 공부를 했었어요.
처음엔 남들이 만든 프롬프트를 그대로 입력했죠.
결과물은 나왔는데, 제가 원하던 것들과는 많이 달랐어요.
영상을 여러 개 붙이면 중구난방의 샷들만 나열되어갔고, 캐릭터는 컷마다 외형이 달라졌어요. 처음에 잡았던 무드들이 중간에 가면 흐트러지기 일수였습니다.
한참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문제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기획이 없었다는 것.
모든 디자인, 특히나 제가 경력을 쌓고 있는 게임 UI를 설계할 때는 반드시 사전 설계 단계가 있거든요. 어떤 플랫폼인지, 어떤 장르인지, 또 어떤 스타일과 무드를 가지는지 말이죠. 이게 잡혀야 화면을 그리기 시작하죠.
AI 영상도 똑같아요. 생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먼저 설계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영상 제작 이론을 공부하고 직접 적용하면서 정립한 6가지 설계 순서를 공유합니다.
01. 콘텐츠 포맷 — Content Format
가장 먼저 “이 영상이 무엇인가”를 결정합니다.
포맷이 달라지면 씬 구조와 카메라 문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게임 UI로 비유하면,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은 같은 IP라도 인터페이스 설계 방식이 다른 것과 같아요. 포맷이 곧 문법이거든요.
포맷별 문법 차이 예시:
- 뮤직비디오 — 퍼포먼스 중심, 비트에 맞춘 빠른 컷 편집, 감정 반복 구조
- 광고 CF — 3초 안에 메시지 전달, 제품/브랜드 노출 타이밍 설계 필수
- 시네마틱 단편 — 서사 흐름 중심, 공간과 인물의 관계 설계가 핵심
- UGC / 릴스 — 훅이 첫 3초에 있어야 하고, 날것의 질감이 오히려 신뢰를 만듦
- 웹드라마 — 에피소드 단위 서사, 회차마다 독립적인 기승결 구조
- 게임 시네마틱 — 캐릭터 존재감 중심, 포즈 홀드와 VFX가 핵심 연출 언어
포맷을 정하지 않고 만들면 어떤 포맷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영상이 됩니다.
02. 영상 길이 — Duration
포맷이 정해지면 바로 길이를 확정합니다. 길이는 기획의 그릇이에요.
그릇이 정해져야 그 안에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 역산이 가능합니다.
길이별 서사 밀도 예시:
- 10~15초 — 단일 감정, 단일 공간. 예: 제품 클로즈업 한 컷, 캐릭터 리빌 단일 씬
- 15~30초 — 기승결 3단 구조 가능. 예: SNS 광고 스팟, 앨범 티저, 게임 캐릭터 인트로
- 1~2분 — 축약된 서사 흐름. 예: K-pop MV의 숏버전, 브랜드 스토리 필름
- 3분 — 완전한 서사 흐름. 예: K-pop MV 풀버전, 시네마틱 단편
- 시리즈 — 에피소드당 독립 구조. 예: 웹드라마 회차, 게임 스토리 컷씬 연작
15초와 2분, 3분은 완전히 다른 영상입니다. 길이를 정하지 않으면 씬이 중간에 늘어나거나 억지로 줄어들어요. 반드시 먼저 정하고 가세요.
03. 장르 & 무드 — Genre & Mood
길이가 잡히면 영상의 감정 언어를 정의합니다.
이게 없으면 AI 툴은 평균적인 결과물을 뱉어요. 장르와 무드를 구체적으로 언어화할수록, 툴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방향이 좁혀집니다. 디자인이나 아트디렉션에서 무드보드를 먼저 잡고 컨셉 & 바이브 작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유예요.
장르 & 무드 언어화 예시:
- 퓨쳐리스틱 SF — 〈블레이드 러너 2049〉〈듄〉계열. 인물보다 공간의 스케일이 서사를 대신하며, 차가운 무채색과 단일 광원이 세계의 고립감.
- 청춘 로맨스 학원물 — 일본 신카이 마코토, 한국 2000년대 청춘물 계열. 골든아워 역광과 핸드헬드가 기본 문법이며, 감정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일상 공간의 반복.
- 드림코어 판타지 — 인터넷 미학 운동인 Weirdcore·Dreamcore에서 출발. 현실 공간을 비틀거나 무한 반복시켜 낯섦을 만들고, 과포화 파스텔이 불안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작동.
- A24 스타일 — 〈문라이트〉〈미나리〉〈위치〉계열. 자연광 원칙과 비설명적 서사가 핵심이며, desaturated 색보정에서 특정 색 하나만 살려 감정의 앵커를 만드는 방식이 공식화.
- 2000’s 일본 영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 계열. 소니 PD150 같은 초기 디지털 캠코더의 색번짐과 노이즈가 미학이 됐으며, 말과 행동을 최소화해 인물의 존재감 자체를 서사로 삼음.
- Y2K / 사이버팝 — 1999~2004년 인터넷 초기 문화와 디지털 낙관주의의 산물. 당시 실제로 유행했던 크롬 소재, 투명 플라스틱, 홀로그래픽 인쇄가 레퍼런스이며 미래에 대한 과잉된 기대가 비주얼로 폭발한 시대.
- 노스탤지어 코어 / 아날로그 필름 — 1990~2000년대 가정용 캠코더 홈비디오 문화에서 출발. VHS 특유의 색번짐, 트래킹 노이즈, 날짜 스탬프가 미학 요소이며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감정의 본체가 됨.
- 오리엔탈 느와르 — 왕가위, 존 우, 두기봉 계열의 홍콩 누아르와 일본 야쿠자 영화의 혼합. 아시아 도시 특유의 붉은 초롱, 한자 네온, 빗속 골목이 서구 느와르 문법 위에 올려지며 전통과 범죄의 공존이 긴장을 만듬.
- 웨스 앤더슨 / 스토리북 —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프렌치 디스패치〉계열. 완벽한 좌우 대칭과 정면 구도가 시그니처이며, 인위적으로 설계된 세계 안에서 진짜 감정을 작동시키는 역설이 이 스타일의 핵심.
같은 인물, 같은 공간이어도 무드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영상이 됩니다.
04. 캐릭터 프로필 — Character Profile
장르와 무드가 정해지면 등장인물을 설계합니다.
AI 영상에서 캐릭터 설계를 건너뛰면 씬마다 얼굴과 의상이 달라져요. 일관성은 프롬프트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전 설계의 문제입니다. 이 프로필은 이후에 캐릭터 시트의 토대가 됩니다. 캐릭터의 프로필과 레퍼런스가 없으면 매 컷마다 다른 캐릭터가 나와요.
캐릭터 프로필 설계 항목 예시:
- 외형 설계
얼굴 특징, 체형, 헤어, 의상, 액세서리. 키워드 단위로 언어화해두는 것이 목적이에요. 나중에 AI 툴에 입력할 때 그대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화할수록 좋습니다. - 내면 설계
성격, 감정 상태, 가치관. 이게 없으면 인물이 씬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디를 바라보는지 결정할 수 없어요. 외형은 비주얼 일관성을 만들고, 내면은 행동 일관성을 만듭니다. - 역할
이 인물이 세계에 속해 있는가, 이방인인가. 관찰자인가, 당사자인가. 2인 이상이면 관계 구도까지. 역할이 정해져야 카메라가 이 인물을 어떻게 볼지, 어떤 앵글에서 찍힐지가 결정됩니다.
캐릭터가 설계되지 않으면 비주얼만 남고 인물은 사라집니다.
05. 배경 — Background
캐릭터가 잡히면 세계관이 완성됩니다.
배경은 단순한 뒤 풍경이 아니에요. 인물이 어떤 세계에 있는지를 증명하는 구조물이에요. 공간과 시대적 특징이 서사의 밀도를 결정합니다.
배경 설계 항목 예시:
- 공간 — 폐쇄된 도심 골목 / 넓은 콘크리트 광장 / 황폐한 자연 / 미래 도시 실내
- 시대 & 세계관 — 현대 / 근미래 2070년 / 1990년대 / 탈산업 이후 세계
배경이 설계되어야 조명 방향과 카메라 앵글이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06. 시놉시스 — Synopsis
배경까지 잡히면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확정합니다.
시놉시스는 간단히 말해 “이 영상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를 미리 정해두는 단계예요.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를 읽는 것과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그 줄거리를 내가 직접 쓰는 거예요. 분량이 길 필요는 없어요.
“인류가 거의 멸망한 시대, 한 외로운 소녀가 버려진 도시를 걷다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 한 문장으로도 시놉시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해요. 이야기의 방향이 없으면 씬들이 따로 놉니다. 첫 번째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아무 관계 없이 붙어있는 영상,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비주얼은 예쁜데 뭔가 허전한 느낌. 그게 시놉시스 없이 만들어진 영상의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6가지를 제작해주는 클로드 스킬 제작중
콘텐츠 포맷 → 영상 길이 → 장르 & 무드 → 캐릭터 프로필 → 배경 → 시놉시스.
이 순서는 앞 단계가 뒤 단계의 조건이 되는 의존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포맷이 없으면 길이를 역산할 수 없고, 무드가 없으면 캐릭터 키워드가 방향을 잃고, 배경이 없으면 세계관을 확정할 수 없어요.
저는 이 과정을 클로드 스킬로 만들어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6가지 순서를 축약하여 질문을 던져주고, 저는 거기에 답변만 하면 되죠.
이를 바탕으로 AI가 정돈된 콘티를 도출해 줍니다.
저는 완결된 콘티를 교정만 해 나가면 돼요.
스킬이 완성되면 제 채널에 함께 해 주시는 분들께 아낌없이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또한 6월 12일 클래스 101과 함께 무료 라이브 강의를 진행하니
아래 링크의 오픈 카톡방에 참가하셔서 콘티 제작 스킬 뿐만아니라,
더 심도 있는 AI 활용법들을 함께 나눠보아요.
6가지 영상 기획 요소, 꼭 잊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