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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페르소나를 캐스팅하세요 — FIGURA 개발기

AI 숏폼 드라마와 개인 인플루언서가 한 해 사이에 늘었습니다. 그 흐름의 공통점인 ‘인물’에서 출발해 페르소나 중심의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베타 테스터 20명에게 설문을 돌렸습니다. 제품–시장 적합은 기준선을 넘겼는데 추천 지수는 마이너스였습니다.

작년부터 준비한 것

중국에서 AI로 만든 숏폼 드라마가 한 해 사이에 하나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세로 화면, 1~2분짜리 회차, 다음 회를 보려면 결제하는 구조죠. 2026년 기준으로 몇십만편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죠.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SNS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없던 직업이죠. 자기만의 인플루언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짧은 드라마를 연재하는 크리에이터가 빠르게 생겨났습니다.

저는 이 흐름의 공통점이 ‘인물’에 있다고 봤습니다. 영상 기술이 아니라 누구를 쓰느냐가 결과를 나눈다는 것이요. 그래서 작년부터 AI 페르소나를 만드는 방법을 정리해 왔고, 그 내용으로 준비한 강의를 올해 초에 열었습니다.
AI 캐릭터 제작 : 케이팝 아이돌 캐릭터 생성부터 영상까지, 클래스101에서 런칭하고 꽤 좋은 성적을 거뒀죠.

Class101 AI 이미지 영상 2위 강의
Class101 AI 이미지 영상 2위 강의

강의를 만들면서도 이렇게 트랜드가 빨리 올줄은 몰랐습니다. 단 그당시에도 한가지 불편함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페르소나를 만들고 하나의 프로덕트로 연결하는 과정의 절반이 ‘도구를 여러 개 옮겨 다니는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AI 영상 제작은 시트가 먼저입니다

AI로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 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캐릭터 시트와 소품·장소 시트입니다. 인물을 여러 각도에서 정리한 그림, 의상을 따로 떼어 놓은 그림, 장면이 벌어질 공간을 정해 둔 그림 실제 영상계에서도 활용하는 포멧입니다.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작가가 머릿속에 그린 인물의 외형과 분위기까지 알아맞히지는 못합니다. 그건 취향과 설정의 영역이고, 크리에이터가 정해 줘야 하는 값이에요. AI는 그 값을 받아서 씬 전체를 설계하죠.

문제는 그 값을 프롬프트로 적어 넣는 일이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라는 겁니다. 눈매, 머리 길이, 체형, 피부 톤, 옷의 재질, 조명의 방향. 상상력도 필요하고 고민도 필요합니다. 처음 해 보는 사람은 어떤 키워드가 어떻게 구현될지 감을 잡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전 이 과정을 ‘캐스팅’이라는 이야기로 풀었습니다. 프롬프트를 적는 대신 디렉터와 함께 인물을 고르고, 후보를 세워 놓고 오디션을 보는 흐름으로요.

FIGURA 새 페르소나 만들기 화면 — 캐스팅 방식 선택과 인물 설정
디렉터와 단계별로, 설명이나 사진으로, 가진 시트 그대로, 옷장에서 꺼내기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방식을 네 갈래를 둔 이유는 사람마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 머릿속에 인물이 있는 사람, 이미 다른 도구로 만들어 둔 사람. 셋을 같은 입구로 몰면 둘은 반드시 불편해집니다. (게임에서 숙련도나 진입한 목적에 따라 튜토리얼을 건너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 있는 것과 같죠.)


페르소나 중심의 파이프라인

이미지 생성 플랫폼은 이미 많습니다. FIGURA를 다르게 만들고 싶었던 지점은 하나였어요. 모든 흐름이 페르소나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

대부분의 시중의 도구는 프롬프트가 중심입니다. 한 장을 만들고, 다음 장에서 다시 프롬프트를 씁니다. 하지만 피규라에서는 인물을 먼저 캐스팅하여 시트 한 장을 도출하고, 그 위에 의상 시트와 장소 시트를 적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촬영할 때는 그 재료들을 첨부하고요.

나만의 페르소나와 시트들을 구축해 둘수록 다음 촬영이 빨라지는 구조입니다. 한 장을 뽑는 도구가 아니라 인물 하나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스튜디오에 가깝게요.

FIGURA 랜딩 페이지 — 나의 페르소나를 캐스팅하다
figura.kr 랜딩. 설문에서 65%가 “뭘 하는 곳인지 바로 알았다”고 답한 화면입니다.

게임에서 배운 것을 넣었습니다

게임 경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몸에 밴 것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게 만들 것인가를 화면 순서로 설계하는 습관이요. 기능 목록이 아니라 동선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듀오링고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언어 학습이라는 지루한 일을 매일 들어오게 만든 방식이요. 토큰이 줄어드는 게이지, 오디션에서 후보를 고르는 순간, 완성됐을 때의 작은 연출. 이런 것들을 서비스 안에 넣고 싶었습니다.

설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의 1위가 ‘생성 과정이 게임처럼 재밌다’로 나왔습니다. 20명 중 10명이요. (솔직히 이 항목을 보고 제일 기뻤습니다.)


만든 것이 돌아오는 구조

의상 시트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공유한 시트를 그대로 가져다 입힐 수 있어요.

여기에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내 시트를 누군가 가져가 쓰면 만든 사람에게 토큰이 돌아옵니다. 그 토큰으로 또 생성할 수 있도록이요.

잘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는 순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좋은 시트가 쌓일수록 처음 온 사람이 시작하기 쉬워지니, 두 방향이 서로를 돕습니다.

FIGURA 홈 화면 — 오늘은 누구를 찍을까요
지금의 홈. 처음에는 내 작업 통계를 올렸다가, 남의 결과물과 고를 거리를 먼저 보여 주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홈도 그래서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주 만든 장수와 남은 토큰을 올려 두었는데, 만들고 보니 아무도 볼 이유가 없는 화면이었어요. 숫자를 보러 들어오는 사람은 없거든요.

지금은 숏폼 드라마와 룩북, 광고 소재까지 이어지는 플랫폼으로 키우려고 합니다. 인물이 정해져 있으면 그다음은 전부 같은 문제거든요 — 이 사람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


쓰레드에서 테스터를 모았습니다

9월 19일에 베타 신청을 열었습니다. 광고는 하지 않았고, 쓰레드에 모집 글을 올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열하루 동안 수십명이 신청했고 52명을 승인했습니다. 테스터를 엄선해서 받은 이유는, 이 플랫폼이 아직은 제 사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큰비용이 너무 커지면 감당하기 어렵거든요) 신청 폼에 쓰레드 아이디를 적는 칸을 두었는데, 57명 중 50명이 그 칸을 채웠습니다. 88%가 쓰레드를 통해 왔다는 뜻이죠.

그리고 설문을 만들면서 한 가지를 정했습니다. ‘5토큰 이상 써 본 사람에게만 설문을 연다’는 것이요. 써 보지도 않은 사람의 답은 인상평이지 사용 경험이 아니거든요. 대신 답하면 5토큰을 더 드리는 것으로 했습니다.

3분짜리 11문항이고, 문항은 세 가지만 알려고 골랐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가, 핵심 약속이 지켜졌는가, 돈을 낼 만한가. 20명이 답했습니다. (현재도 응답이 오고 있네요)


두 숫자가 서로 다른 말을 했습니다

설문 결과 보기: 피규라 베타 테스트 설문

먼저 제품–시장 적합을 재는 문항입니다. “내일부터 못 쓰게 된다면?”에 ‘매우 아쉽다’를 고른 사람이 45%였습니다. 통상 기준선이 40%라, 간신히 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의향을 물으니 NPS가 -15가 나왔습니다. (추천 4명, 중립 9명, 비추천 7명.)

본인은 아쉬운데 남에게 권하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이 어긋남이 이번 설문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응답을 얼굴 일관성 점수로 나눠 봤습니다. “컷이 바뀌어도 같은 얼굴로 보였나요?”에 몇 점을 줬는지로요.

얼굴 점수응답추천 의향유료 의향
3점 이하7명5.91명
4점8명7.33명
5점5명8.43명

세 칸이 같은 방향으로 늘어섰습니다. 일관성이 지켜졌다고 느낀 사람은 추천하고 지갑을 열 의사를 비췄고, 아닌 사람은 둘 다 회의적이었습니다. 유료를 고른 7명 중 6명이 얼굴에 4점 이상을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페르소나에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네요.)

전체 평균은 3.8점입니다. 5점을 준 사람은 20명 중 다섯 명뿐이었고요.

다소 현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첫 베타임을 감안하면 개선의 여지가 매우 많았기에 기죽지 않았습니다.


막힌 곳은 품질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가장 막히거나 불편했던 순간”을 자유 서술로 받아 갈래를 붙여 봤습니다. 제일 많이 나온 것은 결과물 불만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글 이름을 봐도 어떻게 찍히는지 모르겠다.
헤어 용어를 몰라 오디션을 봐야 확인된다.
처음에 뭘 해야 할지 헷갈려서 창을 닫았다가 다른 사람 후기를 보고 다시 왔다.

이건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모델 역량이 아니라 화면에서 고칠 수 있는 문제니까요. 앵글과 헤어 선택지에 썸네일을 붙이는 정도로 줄어드는 항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튜토리얼과 가이드를 따로 제공할 계획이었으니, 이 또한 해결할 수 있구요.

반대로 나쁜 소식도 있었습니다. 응답자 20명 중 17명이 이미 다른 이미지 AI를 쓰고 있었습니다. ChatGPT 이미지 14명, 힉스필드 10명, 미드저니 9명. 그리고 도구를 세 개 이상 쓰는 층의 추천 의향이 가장 낮았습니다. 비교 대상이 많을수록 박하다는 뜻이고, 그 사람들이 결국 넘어야 할 층입니다.


설문에서 제가 한 실수

결과를 정리하다 요금제 문항을 버려야 했습니다. 선택지에 적힌 가격과 혜택이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화면은 고쳤는데 설문 문항은 그대로 두었던 겁니다.

그 문항에 답한 20명의 대답은 지금 요금제에 대한 의향으로 읽을 수 없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동안 계속 틀린 질문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그래서 문구만 고치지 않고 구조를 바꿨습니다. 가격과 토큰 수를 요금제 표 한 곳에 두고, 설문과 요금제 화면이 둘 다 거기서 읽게요. 두 곳에 같은 숫자를 적어 두면 언젠가 반드시 갈라집니다. (이번에 그걸 데이터로 배웠습니다.)


아직 이 설문이 말해 주지 못하는 것

표본 20명으로는 통계적 검정을 할 수 없습니다. 위의 숫자는 전부 기술통계이고, 한두 명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크기입니다.

더 큰 구멍은 따로 있습니다. 설문 자격을 ‘5토큰 이상 사용’으로 둔 탓에, 첫 화면에서 나간 사람이 한 명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써 본 사람의 이야기만 모은 데이터라 왜 떠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써 본 사람에게만 물으면 좋은 소리를 듣습니다. 그게 이 데이터의 성격이고, 다음에는 개선해서 설문을 진해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해야할 것

가장 값싼 업데이트는 온보딩입니다. 용어 옆에 예시를 붙이는 일이라 모델을 건드리지 않고 오늘도 바로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값비싼 한 수는 얼굴 일관성을 3.8점에서 4.5점으로 올리는 일입니다. 이것만이 추천과 결제를 동시에 움직이는데, 모델 역량에 걸린 문제라 빠르게 되지 않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된 바이트댄스의 시드림5.5를 테스트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영상모델 시댄스2.5를 붙이기 위해 바이트댄스에 문의 메일을 보내둔 상태입니다. 현재 API를 통해 모델을 붙이긴 했으나, 웬일인지 캐릭터시트로 생성시에 블록당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마 인증된 자격증명이 있어야 Image to Video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어보입니다.
이 단계가 완료되면 사이트의 상품성과 UX/UX를 지속적으로 폴리싱하고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작게 시장반응을 보고 확장여부를 판단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문을 열기 전에는 “뭐가 제일 문제일까”를 혼자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20명의 답을 받고 나니 짐작이 하나씩 자리를 잡더군요.

만드는 사람은 늘 자기가 공들인 곳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게 됩니다. 특히 저처럼 사용자 경험 제작을 전문으로 한 사람들이 오히려 제품자체를 온전히 설계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그간의 원칙과 경험에 기대어 답을 도출하기 마련이죠.
저는 그걸 뚫어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비즈니스를 아는 것 이상으로 프로덕트의 전체 영역을 통찰하고 하나의 제품을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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