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On Your Mark〉를 처음 봤을 때의 먹먹함이 참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추락한 천사를 끝내 다시 하늘로 놓아주는 짧은 뮤직비디오였죠.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정감있고 따스한 캐릭터 묘사와 생동감 있는 연출이 특징적인 작품이었어요. 또 음악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조장혁이 드라마 ‘별을쏘다’ OST로 리메이크한 <In My Dream>이라는 곡으로 더 익숙하죠.
우연히 소셜에서 이 곡을 다시 마주친 날, 이걸 제 AI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The Last Runway (마지막 활주로)〉입니다.
3D CGI(언리얼 엔진 5 렌더 룩)로 만든 2분 40초짜리 시네마틱 단편이고, URBAN BREAK 2026에 출품했어요.
이 글에는 캐릭터 디자인부터 콘티, 영상, 음악, 편집까지 — 제가 실제로 쓴 도구와 프롬프트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캐러셀에서 “그래서 어떻게 만들었냐”가 궁금해 넘어오신 분들을 위한 상세판이에요.
먼저, 어떤 이야기인가
멸망 이후의 폐허를 뒤지며 살던 남자가 잔해 속에 추락한 천사를 발견합니다. 짧은 교감 뒤 ‘회수단’이 소녀를 빼앗아 가고, 남자는 시설에 잠입해 기운을 잃은 그녀를 안고 탈출하죠. 탈취한 트럭으로 폐허를 질주해 추격을 따돌리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 초원에 다다릅니다. 맞바람에 날개를 편 소녀의 손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 손끝이 풀리는 순간, 그녀를 하늘로 돌려보냅니다. 눈물 대신, 웃으며 손을 흔들면서요.
사실 저는 아이를 언젠가 놓아주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은유해 보고 싶었어요. 원작과는 조금 다른 저만의 해석이 들어갔죠.
제작 파이프라인
STEP 1. 캐릭터 — niji7에서 시작해 ‘언리얼 3D’로 변환



먼저 Midjourney niji7로 2D 캐릭터를 잡았습니다.
그다음 Nano-Banana로 언리얼 3D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해서, 인물·자동차·드론·지형까지 캐릭터 시트를 만들었어요.




시트를 먼저 만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영상 내내 ‘같은 인물, 같은 세계’로 보이려면 기준점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럴때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시트’ 입니다.
STEP 2. 콘티 — 프롬프트보다 먼저 Claude로 설계
바로 영상 프롬프트부터 넣지 않았습니다. Claude로 콘티부터 짰어요.
저는 콘티에 반드시 아래 내용을 담아요.
- 제목 – The Last Runway
- 포멧 – 3D CGI (Unreal Engine 5 실시간 렌더 룩)
- 영상 시간 – 3분 18초/ 총 54샷/ 16 SCENE
- 장르 – 판타지 도주극 + 서정 드라마, 90년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서정과 상승·해방의 정서
- 캐릭터 – 아저씨, 천사 소녀, 회수단
- 배경 – 멸망 이후 세계
- 시놉시스 – 폐허를 뒤지며 살아가던 남자가 잔해 속에 추락한 천사를 발견한다…
AI 영상이 서사가 없고 일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설계 없이 프롬프트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정돈한 세계관과 배경을 기획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티를 글로 잡아두면 그 다음이 훨씬 안정적이에요.
*콘티 예시
[ 제목 ]
마지막 활주로 (The Last Runway) — Director’s Cut
[ 포맷 ]
MODE B / 시네마틱 하이라이트 컷씬 구성 / 3D CGI (Unreal Engine 5 실시간 렌더 룩)
[ 영상 시간 ]
3분 18초 (198초) / 총 54샷 / 16 SCENE
[ 장르 & 스타일 ]
판타지 도주극 + 서정 드라마, 90년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서정과
상승·해방의 정서,
3D CGI 셀-리얼리즘 하이브리드 — 손그림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뜻한 색 온도와
부드러운 셀 셰이딩 + 폐허의 리얼한 재질감,
탈채도 앰버-그레이 폐허 팔레트 → 터널의 앰버 조명과 블랙 →
화이트아웃 → 과채도 스카이 블루·그린 폭발,
가상 카메라(virtual camera) 언어, character lock tracking 중심,
폐허부는 확산 먼지광 + 언더노출 인테리어, 비상 순간은 렌즈 플레어 글로우 레이어,
씬 전환: 하드 컷 / 스매시 컷 / dip-to-black — 씬 간 모션 연결 없음,
금지 요소: 실사 핸드헬드 흔들림, 환경 네온 없음(회수단 바이저·스캔광의
마젠타 발광만 예외), 하드 SF HUD, 과도한 슬래셔식 폭력※ 생성 툴 정책 주의 — 감독명·스튜디오명·작품명을 스타일 지시로 쓰면 차단됨.
콘티 원본에는 오마주 표기를 남기되, 프롬프트에는 위 서술형만 사용.[ 캐릭터 ]
· 아저씨 — 앵커:
“검은 스파이키 헤어에 왼뺨 사선 흉터, 수염 없는 40대 남자.
카키 후드 롱코트(가죽 질감, 벗겨진 자국), 연두-옐로 스트라이프 목수건,
회색 스웨트셔츠, 체스트 하네스, 다크 카고팬츠, 왼 허벅지 파우치, 전술 부츠.
오른 팔뚝에 오래된 화상 흉터.”
피곤하지만 선한 눈. 말수 적고 행동으로 말한다. 감정을 삼키는 타입 —
웃음이 곧 슬픔을 누르는 방식이다.· 천사 소녀 — 앵커:
“갈색 단발 보브에 크고 맑은 앰버 브라운 눈, 15세 전후 소녀.
흰 하네스 스트랩이 달린 낡은 흰 롱 원피스, 맨발, 등에 커다란 흰 깃털 날개,
피부가 은은하게 발광.”
상태 변화 — S1~S2: 추락 직후 의식 흐림 / S5~S9(도주 구간): 기운 없음,
축 늘어짐, 발광 미약, 반쯤 감긴 눈 → 물을 마신 후 서서히 회복 /
S11 이후: 날개가 점차 펴짐 / S15~S16: 완전 회복, 날개 만개, 발광 최대.
말이 없고 눈빛과 손짓으로 교감.· 회수단 — 앵커:
“광택 블랙 풀페이스 헬멧에 마젠타 V자 바이저 발광 라인,
검은 가죽질 방역 슈트, 검은 하네스, 오른팔에 주황 화염 엠블럼. 얼굴 없음.”
하늘에서 추락한 천사를 ‘샘플’로 회수·격리하는 세력.[ 배경 ]
멸망 이후의 세계 / 붕괴한 연구도시 폐허 — 콘크리트 잔해, 추락 크레이터,
잔해 협곡, 야적장 / 회수단 시설 — 언더노출 인테리어, 격리 배양관 /
도시 외곽의 녹슨 고가도로는 자연이 되찾아가는 중 /
산허리 터널 — 앰버 조명이 띄엄띄엄 살아 있는 어둠 /
터널 너머 초원 — 연둣빛 논밭과 흰 흙길, 뭉게구름 /
분위기: 발견의 온기 → 상실 → 잠입의 긴장 → 도주의 긴박 →
질주의 박진 → 통과 → 해방[ 탈것 ]
낡은 회수단 순찰 트럭 — 장갑 판을 덧댄 6륜 픽업, 벗겨진 검은 도장에
주황 조직 마크가 반쯤 지워짐. 외곽 검문 초소 옆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아저씨가 탈취. 후미 짐칸 개방형.[ 전체 서사 ]
폐허를 뒤지며 살아가던 남자가 잔해 속에 추락한 천사를 발견한다.
짧은 교감 끝에 회수단이 들이닥쳐 소녀를 빼앗아 가고, 남자는 시설에
잠입해 기운을 잃은 그녀를 안고 탈출한다. 탈취한 트럭으로 폐허를
질주해 추격을 따돌리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 초원에 다다른다.
달리는 차의 맞바람에 날개를 편 소녀의 손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손끝이 풀리는 순간 그녀를 하늘로 돌려보낸다.
눈물 대신, 웃으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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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 스캐빈저 (고철 줍는 남자, 그리고 발견) — 15초 / 4샷SHOT 1-1 — 고철을 뒤지는 손 (0s–3s)
극클로즈업 인서트. 뒤집힌 차량의 열린 엔진룸 — 소매가 걷힌 아저씨의 오른손이 녹슨 부품들 사이를 뒤진다. 화상 흉터가 스치듯 드러난다. 부품 하나를 집어 녹을 확인하고 어깨에 멘 낡은 캔버스 자루에 던져 넣는다. 확산 먼지광, 금속의 긁힌 질감이 선명하다.
카메라 static close-up — 손의 동작만 따라가는 미세한 pan.
제외: 얼굴 노출 없음(손 중심), 카메라 흔들림 없음, 급격한 컷 없음.
SHOT 1-2 — 폐허 속의 일상 (3s–7s)
원경 — 잿빛 폐허, 뒤집힌 차량들과 무너진 기둥 사이를 아저씨가 익숙한 걸음으로 이동한다. 어깨의 자루가 무겁게 흔들리고, 허리를 굽혀 케이블 뭉치를 주워 감는다. 수없이 반복해온 일상의 리듬 — 서두름이 없다. 흐린 역광에 먼지가 부유한다.
카메라 static wide, tripod locked — 인물이 프레임을 천천히 가로지른다.
제외: 인공 발광 없음, 음악적 긴장 없음, 회수단 등장 없음.
SHOT 1-3 — 흰 깃털 (7s–10s)
극클로즈업 인서트. 잔해 틈으로 부품을 집으려던 아저씨의 손끝 옆 — 흰 깃털 하나가 잿빛 먼지 위에 떨어져 있다. 미세하게 발광하는 순백이 탈채도 폐허와 이질적으로 대비된다. 손이 멈추고, 깃털을 조심스레 집어 든다. 프레임 밖에서 숨을 멈추는 기척.
카메라 slow dolly in — 깃털을 향해 전진, shallow focus.
제외: 텍스트 오버레이 없음, 급격한 무브먼트 없음.
SHOT 1-4 — 잠든 천사 (10s–15s)
아저씨의 시선이 향한 곳 — 뒤집힌 차량과 마른 수풀 잔해 사이, 소녀가 옆으로 누워 있다. 손상된 흰 날개가 담요처럼 몸을 반쯤 덮었고, 갈색 단발이 뺨에 흐트러져 있다. 피부의 은은한 발광이 주변 잿빛 잔해를 옅게 물들이고, 흩어진 흰 깃털들이 그녀 주위로 궤적처럼 이어진다. 아저씨의 실루엣이 프레임 가장자리에 멈춰 선다.
카메라 smooth virtual dolly push — 어깨 뒤에서 소녀를 향해 천천히 전진.
제외: 소녀의 눈 뜸 없음(잠든 상태), 추락 순간 장면 없음, 어두운 색조 과다 없음.
⤵ **씬 전환:** 하드 컷.
STEP 3. 영상 — Seedance 2.0에 씬 단위로

콘티를 씬 단위로 쪼개 Seedance 2.0에 넣어 영상을 뽑고, Premiere에서 이어붙였습니다. 한 번에 긴 영상을 노리지 않아요. 씬으로 나눠야 연출을 통제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실전 팁 하나.
씨댄스에서 감독명·스튜디오명·작품명을 스타일 지시로 쓰면 차단됩니다.
그래서 “지브리 스타일” 같은 표현 대신, 원하는 룩을 서술형으로 풀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콘티에 스타일 지시를 이렇게 한거에요.
[스타일 프롬프트 — 서술형]
판타지 도주극 + 서정 드라마, 90년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상승·해방 정서.
3D CGI 셀-리얼리즘 하이브리드 — 따뜻한 색 온도와 부드러운 셀 셰이딩 + 폐허의 리얼한 재질감.
탈채도 앰버-그레이 폐허 팔레트 → 터널의 앰버 조명과 블랙 → 화이트아웃 → 과채도 스카이 블루·그린 폭발.
가상 카메라, character lock tracking 중심. 하드 컷 / 스매시 컷 / dip-to-black.
STEP 4. 음악 — Suno로 ‘그 시절’ 락발라드, 가사에 서사를
음악은 Suno로 만들었습니다.
원작의 감성을 이식하고 싶어서 90년대 일본 락발라드 톤으로 기획했습니다.
중요한 건 가사예요. 배경음악이 아니라 서사의 절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Suno 스타일 프롬프트]
90s Japanese pop-rock ballad, driving mid-tempo 112 BPM, nostalgic, tender and uplifting,
male vocal with warm layered harmonies, clean electric guitar arpeggios, analog synth pads,
live drums, soaring bittersweet chorus, quiet piano bridge, big final chorus with strings,
sunset highway atmosphere, parental warmth, short intro, fade-out ending
가사에는 이야기를 직접 눌러 담고, 박자에 맞춰 음율이 있도록 다듬었습니다.
아저씨가 천사 소녀를 우연히 만나고 고난과 역경을 함께 해쳐나가면서 결국 하늘로 날려 보내는 서사가 마치 부모가 아이와 만나고 성장을 함께 도와가며 결국에 독립하여 각자의 삶은 살아가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은유를 담고 싶었죠.
[Lyrics]
[Verse 1]
네가 온 그날부터 세상이 달라졌어
작은 손 그 온기로 긴 밤도 건너왔지
[Pre-Chorus]
무너질 것 같은 날엔
잠든 네 얼굴 보며 다시 일어섰지
[Chorus]
언젠가 놓아야 할 손이란 걸 알았어
그래도 오늘만은 너와 웃고 싶어
커져 가는 날개를 모르는 척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Verse 2]
넌 이미 보고 있지 나는 모르는 하늘
돌아보지 않도록 바람 되어 밀어줄게
[Bridge]
(조용히)
그리움은 아마도 사랑의 다른 이름
[Final Chorus]
가라 나보다 멀리 너만의 하늘로
웃으며 손 흔들게 눈물 대신에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바람 속에서 바람 속에서
[Outro]
고마워 내게 와줘서
STEP 5. 편집 — Premiere에서 ‘작품’으로
마지막은 Premiere에서 컷 편집으로 리듬을 잡고,
제가 직접 제작한 LUT으로 색과 아이덴티티를 입히고, 타이틀을 합성해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소스도 색과 타이틀 하나로 감독의 색상을 입힐 수 있거든요.
결국 남는 건 ‘디렉션’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niji7 → Nano-Banana(3D 변환·시트) → Claude(콘티) → Seedance 2.0(영상) → Suno(음악) → Premiere(편집·LUT·타이틀)
툴은 여섯 개였지만, 작품을 만든 건 툴이 아니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할지(세계관), 어떤 순서로 쌓을지(설계), 무엇을 남기고 버릴지(판단) — 결국 그 디렉션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기획과 디렉션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다음 이야기
만드는 과정은 앞으로도 이렇게 공개드릴게요.
질문은 인스타그램 댓글이나 DM으로 언제든지 남겨주세요.